Exhibition

1_Abu Dhabi Emirates Palace 2013

아부다비 초대전

이번 신문 기사를 통해서, Moha Ahn의 출생부터 학력까지 그녀의 모든 이력이 언급되었다. 또한 “Wings of Light”라는 전시회의 예술작품을 언급하였고, 그녀의 Lenticular 작품과 초상화 그리고 설치미술과 같은 그녀의 작품에 존경을 표하였다. 신문기사는 그녀의 작품이 기적, 평온함(평화로움), 아룸다움을 표현하고 있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가장 포커스가 된 빛과 유리 구슬 등을 이용한 Moha의 설치미술 작품을 “Visual happiness”라는 말로 표현했다. 덧붙여, 기사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그녀의 성공적인 전시회를 통해서 바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빠져나와 빛과 화려한 색감과 즐거움으로 가득찬 세계로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것은 빛을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을 발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대중과 다양한 관객에게 발표함으로써, 눈과 마음과 영혼을 기쁘게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 신문기사 내용 요약-

안종연의 예술, <빛의 날개>에 담다

하얀 유리 구슬들의 합창, 장엄한 오케스트라, 빛의 소리가 들려온다. 빛나는 별들의 세계, 안종연의 왕국이다. 작가는 직접 유리 구슬을 만들어 그 안에 LED 장치를 부착시켜 오묘한 빛의 향연을 연출한다. 작가가 얻은 특허 기술이다.

다채로운 빛의 발광은 곧 <빛의 영혼>이다. 빛에 영혼이 있다니! 작가의 제작의도를 암시하는 제목이지 않을 수 없다. 만화경 작업은 이 점을 분명하게 드러내 준다. 다양한 문양의 집적, 그 화려하면서도 중첩된 무늬의 세계는 경이로움, 바로 그 자체이다. 만화경은 또 다른 만다라의 세계, 빛의 퍼레이드이다.

이 같은 빛의 작업을 통해 작가는 존재와 비존재 그러니까 생성과 소멸의 의미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어쩌면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담론을 조형적으로 풀어낸 것인지 모른다. 삶과 죽음 사이에 시간이 있다. 시간의 축적, 그것이 우리네의 일생이다. 그 시간이 자아내는 소리와 빛, 안종연의 세계이다

안종연은 평면 유화작업으로부터 거대한 스테인리스 조형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활동상을 보였다. 그는 다양한 매체 활용이라는 특징을 보여 왔는 바, 특히 근래에 이르러 알루미늄 판의 점묘 그림을 비롯 액체 에폭시 작업 혹은 레틴쿨러 작업 등, 실로 다양하기 그지없다. 키네틱 아트는 빛과 소리까지 장악하고 있어 예술적 발언의 진폭은 매우 넓다.

이번 아부다비 개인전의 제목은 <빛의 날개>이다.  안종연의 진면목을 한자리에서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경이로움의 세계, 관객은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빛에 날개를 달았으니, 이제 저 푸르른 창공을 향하여 비상하는 일이 다음의 수순일 것이다. 빛나는 별 하나씩을 가슴에 담고 시간의 의미를 되새김질할 일이다. 시간에도 주름이 있다. 빛에 영혼이 있다. 이는 안종연 예술의 빛나는 매력이리라.

- 윤범보 (미술평론가, 한국큐레이터협회 회장) -

이미지 없음

2_Hakgojae Gallery 2010

학고재 초대전

[전시개요]

안종연, 시간의 주름 groove of time

-안종연과 박범신의 만남

  • 1기간: 2010. 2. 3 – 2. 28 (설 연휴 2.13-15휴관)
  • 2장소: 학고재 전관
  • 3출품작: 안종연의 설치 및 영상 60여 점, 본관-에폭시와 스테인러스 미러, 나무 등을 이용한 평면작업, 신관-설치 및 영상작업 주최: 대산문화재단, 학고재
  • 4기획: 사단법인 문학사랑, 학고재 후원: 교보문고

[전시컨셉]

  • 1-미술인 안종연과 문학인 박범신의 만남 
  • 2-생멸하는 모든 존재를 향한 헌사 /시간의 주름
  • 3-검은 보라빛 바다의 중심, 그 소멸과 생성의 공간
  • 4-주름을 지우는 시대에 울리는 경종
  • 5-노동으로 공간을 짓는 수행자

[전시소개]

학고재는 2010년을 여는 첫 전시로 ‘시간의 주름 groove of time展’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사단법인 문학사랑과 대산문화재단이 2004년부터 6년 동안 진행해온 ‘문학과 미술의 만남’ 그 20번째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이를 잊고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는 두 작가 박범신과 안종연이 만났다. 안종연은 박범신의 소설 『주름』,『고산자』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문학언어를 평면과 입체, 그리고 영상과 설치에 이르는 시각언어로 형상화한 작품 60여 점을 학고재 본관과 신관에서 선보인다.

미술인 안종연과 문학인 박범신의 만남

“내가 쌀을 주었으니 
당신이 그것으로 떡을 만들든 밥을 짓든 하시오.”

3년 전 사단법인 문학사랑과 대산문화재단은 2010년 ‘문학과 미술의 만남전’ 을 위한 문학가로 중후하고 선이 굵은 문체와 그림을 그리는 듯한 뛰어난 묘사력으로 섬 세한 감성을 표현하는 박범신을 선정했다. 박범신의 소설은 독자들의 공감각적 감수성과 교감하는데 뛰어나 타장르 예술가에게도 풍부한 상상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주최측은 박범신의 소설을 시각언어로 풀어낼 작가로 미술인 안종연을 선정했다. 안종연은 여러 가지 매체를 이용하여 공간을 연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며 문학작품을 직설적으로 해석하는 것 이상으로 메시지를 시각화하고 의미를 확장시키는 작업방식이 가능한 작가다. 생성과 소멸이라는 자연의 질서를 비롯하여 시간과 우주에 대해 비슷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두 작가는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쌓아가며 이번 전시를 만들었다.

박범신은 전시에 앞서 안종연에게 “내가 쌀을 주었으니 당신이 그것으로 떡을 만들든 밥을 짓든 하시오.”라고 말하며 자신의 소설에 대한 해석과 상상의 자율성을 안종연에게 주었다. 안종연은 박범신이 소설 가운데 건져 올린 화두를 자신의 시각언어와 결합해 안종연만의 서사를 펼쳤다. 안종연 작업은 소설가와 화가의 만남이 일반적으로 보여주었던 문학서사와 시각서사의 ‘단선적인 만남’을 넘어 ‘심층의 차원’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안종연은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문학적 서술 자체를 시각화하기 보다는 주제의식을 은유적으로 형상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는 미니멀한 평면과 입체, 그리고 영상과 설치에 이르기까지 예술언어 전 영역을 두루 오가며 문학서사를 시청각언어로 재해석하였다.

작품의 제목은 두 작가가 서로 상의하여 결정했는데, 이는 박범신 소설의 목차와 같다. 작가가 배치한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박범신 소설 속 장면들을 여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의 만남은 새로운 예술생산을 매개하며, 나아가 탈장르 소통이라는 문화생산을 견인한다.

생멸하는 모든 존재를 향한 헌사 - 시간의 주름

“나는 시간의 주름살이 우리의 실존을 어떻게 감금해 가는지 진술했고, 그것에 속절없이 훼손당하면서도 결코 무릎 꿇지 않고 끝까지 반역하다 처형된 한 존재의 내면풍경을 가차없이 기록했다고 생각한다.” 
- 박범신 작가의 말 中 -

박범신은『주름』을 통해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 소멸하는 존재들에게 헌사를 바쳤다. 그것은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숙명을 통해서 나온 ‘시간의 주름에 관한 기록’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인간 존재에 관한 방대한 저작 속에 담긴 시간성의 문제는 시각예술가 안종연 또한 늘 고민하고 있던 화두였다. 안종연은 전시에 앞서 그 제목을 ‘wrinkle of time’ 아닌 ‘groove of time’으로 정했다. 주름을 직역한다면‘wrinkle’(주름)이지만 ‘groove’ (홈)를 사용함으로써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넘어 시간의 깊이까지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박범신이 문장으로 써내려간 생멸하는 모든 존재들에게 바친 ‘시간의 주름’을 시각화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가 성찰한 ‘시간의 주름’을 보고 듣고 느끼는 공감각적 명상의 자리가 될 것이다.

검은 보라빛 바다의 중심, 그 소멸과 생성의 공간

“과실 속에 씨가 있듯이, 태어날 때 우리는 생성과 소멸, 탄생과 죽음이라는 두 개의 씨앗을 우리들 육체의 심지에 박고 태어난다. 생성과 소멸은 경계 없는 동숙자이다. 우리가 청춘으로 불릴 때조차 푸르른 생성의 그늘 속에선 사멸의 씨앗이 은밀히 자라는 걸 멈추지 않는다. 다섯 살짜리 아이에겐 다섯 살의, 스무 살짜리 청년에겐 스무 살의, 일흔 살 노인에겐 일흔 살의 생성과 소멸이 함께 깃들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믿고 지향하는 사랑의 운명이 그러하듯이.”
-  『주름』中 -

『주름』에서 ‘검은 보라빛’은 남자 주인공을 매혹하는 신비롭지만 치명적인 여성을 상징한다. 헤어나올 수 없는 검은 보라빛에 매료된 남자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그 빛을 따라 유랑을 시작한다. 죽음을 상징하는 보라빛에 매료되었다는 것이 암시하듯 결국 남자는 죽음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는 죽으면서 새로운 생명으로 연결되기를 소망했다. 삶과 죽음이 하나이듯 결국 생성과 소멸은 함께 한다. 안종연은『주름』을 비롯하여 박범신의 소설에서 품고 있는 이미지 보라빛에서 영감을 받아 전체적인 작품톤을 만들어나갔다. 그 가운데 작품 <검은 보라빛 바다의 중심>은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바다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우주처럼, 때로는 생명을 잉태하는 자궁처럼 보라빛 공간을 펼쳐 보인다.

주름을 지우는 시대에 울리는 경종: 
오늘을 살아가는 50대들의 이야기

『주름』은 겉으로 보면 50대 남성이 경험한 ‘극한’의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가정과 사회를 위해 포기한 ‘등 위에서 유령처럼 서 있는 나의 옛 꿈’을 한 두 가지씩 품고 있는 50대 가장이 자신의 오랜 꿈 하나를 다시 회수하고자 고군분투 하는 내용이 담긴, 20세기말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슬픈 모더니티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꿈을 되찾기 위해 처음에는 한 여자를 좇아 일상을 송두리째 버렸고 종래엔 성(性)과 사랑, 죽음과 자아에 대한 깨달음을 좇아계속되는 유랑을 감행한다.하지만 그 자유와 유랑의 끝에는 ‘텅빈 중심’만이 있을 뿐이었다. 

요즘은 나이드는 것이 두려운 시대이다. 나이듦에 따라 생기는 지혜와 지식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정보화 사회 속에서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자연스럽게 생긴 주름마저 흉이 되어 지운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50대의 남자는 하루 하루가 무기력하고 허무하다. 『주름』의 주인공도 매일매일 그렇고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50대 남자였다. 하지만 그는 무난하고 지루하기까지 한 일상을 과감히 버리고 유랑을 떠난다. 

60대의 박범신 작가가 만든 평범한 50대 남자의 도발적 선택에 대한 50대 남자 이야기를 50대 여성작가인 안종연이 풀어냈다. 내면의 원숙미는 무시한 채 외모만을 중시하는 사회 현상 속에 50대 60대 두 작가의 ‘시간의 주름’을 성찰하는 전시는 성(性)을 뛰어넘어 인류의 보편에 녹아있는 진리를 이야기한다.

노동으로 성찰의 공간을 짓는 수행자

안종연은 캔버스를 비롯하여 스테인리스 스틸, 두랄루민, 유리, 돌 등 무겁고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들까지 두루 작품의 재료로 섭렵한다. 그는 요리사가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서 그에 알맞은 재료를 고르듯 작품을 원하는 모습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에 걸맞는 재료를 고른다. 하지만 알맞은 재료의 선택만으로 작가가 원하는 결과물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재료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인데 안종연은 재료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자신이 원하는 느낌을 뽑아내는데 능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단숨에, 손쉽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안종연의 작품은 대부분 혹독하리만치 많은 노동력과 긴 인내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스테인레스 스틸에 점을 찍어 만든 작품은 모교 교수들로부터 “Insane!” 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완성했다. 드릴로 스테인레스 스틸에 수천 수만 번의 점을 찍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작업에 손목이 성치 않지만 한 점 한 점 찍어 완성한 작품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안종연만의 그림이 된다. 오랜 시간 한 점 한 점 찍어 내리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그 인내심은 마치 수행자의 자세와도 같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새롭게 만난 재료인 에폭시를 이용한 작업은 맨 아래층의 밑그림과 표면 사이에 상당이 두꺼운 층이 존재한다. 이것은 단순히 두꺼운 마티에르가 아닌, 밑그림을 그리고 에폭시를 붓고, 또 다시 그림을 그리고 에폭시를 붓고 하는 모든 작업과정을 켜켜이 담은 시간의 흔적이다. 에폭시는 기온과 환경에 예민한 재료기 때문에 같은 중량으로 같은 환경에서 사용하더라도 그때그때 발색이 달라져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원하는 작품을 얻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재료들을 사용하다 보면 이처럼 시행착오를 수없이 반복하지만 안종연은 제대로 작품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수십 번 수백 번을 반복 하여 작업한다.

이 밖에도 스테인레스 스틸, 유리구슬을 이용한 작업 모두 대단한 노동력과 시간의 결과물들이다. 새로운 재료와의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는 다양한 매체 위에 긴 시간 끈질긴 노동의 손길로 ‘시간의 주름’을 다채롭게 형상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품소개]

“산, 숲, 강, 호수, 해, 달, 별에게도 영이 있답니다. 또 사람도 제각기 에젠(ezen)이라고 불리는 영을 갖고 있는데 사람의 운명이 이 에 젠의 지배를 받아요. 에젠의 이끌림을 잘못 받으면 죽음과 파멸뿐이지요.” 『주름』 中

<빛의 에젠>연작은 컬러 스테인리스 스틸 판재를 전동 드릴로 쪼아서 형상을 새기고, 그것을 다시 열처리 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하는 안종연 특유의 기법이 돋보이는 작업으로, 물결의 파동이나 풍경 등을 통해서 빛의 확산을 시각화한 작품들이다. 오랜 시간 한 점 한 점 찍어 내리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이 작품은 수행자의 자세를 필요로 한다. 바이칼 호수 주변에 살고 있는 부랴트인들은 산, 숲, 강, 호수, 해, 달, 별 등 모든 자연에 영(靈)이 있고, 사람에게도 제각기 영(靈)이 있다고 믿는다. 안종연은 이 작업을 통해 모든 자연에 깃든 ‘영혼’의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이 전시에서는 안종연 자신과 이 프로젝트의 동반자인 박범신 두 인물을 새긴 초상 작업을 비롯하여 9점의 스테인레스 스틸 작업을 선보인다.

“그녀와 동행하여 멀리 동해안을 돌아온 그 짧은 시간에 나 자신이 어떤 내부적 변화를 겪었는지 모조리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게는 그날부터 새로운 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생을 향해 지각한 자가 그렇듯 환호작약 질주해 들어갔고, 그 끝을 염려하진 않았다. “ 『주름』 中

<새날들의 시작>은 에폭시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 연작들은 색깔고 모양도 다양한데 꽃잎 같기도 하고 알 같기도 하며 생명체의 원형질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소설에서 김진영이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무엇인가 새로운 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에 부푼 것처럼 이 연작들 은 환희에 가득 찬 에너지를 응축시켰다가 폭발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에폭시와 맑은 안료를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는 과정을 통해 만들었 다. 아무것도 없는 평면 위에 에폭시를 붓고 그 위에 색을 얹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시간의 켜를 쌓는 수행성을 동반한다. 시간을 켜를 쌓는 것은 작가의 몫이지만 작품의 이미지는 우연의 효과가 결정한다.

"바이칼로 가겠어. 그녀는 미리 정해두었다는 듯이 명쾌하게 말했다. 바이칼엔 뭐가 있습니까....라고 나는 곧 반문했고, 바이칼엔 호 수가 있지...라고 그녀는 받았다.”

“나의 유랑이 끝난 곳은 바이칼이었다. 그녀가 영원히 눈 감은” 『주름』中

바이칼 호수는 지구에서 가장 깊고, 가장 오래된 호수이다. 타타르어 ‘바이쿨’에서 유래한 이름은 풍요로운 호수라는 뜻이다. 소설『주름』에 등장하는 바이칼 호수는 천예린이 숨을 거두는 장소이자 김진영의 유랑이 끝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들은 결국 바이칼에 가기 위해 그 긴 유랑을 시작했고 그곳에 서 끝을 맺었다.

차가운 호수 표면의 빙판이 느껴지는 이 작품에는 맨 아래층의 밑그림과 표면 사이에 상당히 두꺼운 층이 존재한다. 이것은 단순히 두꺼운 마티에르가 아니다. 밑그림을 그리고 에폭시를 붓고, 또 다시 그림을 그리고 에폭시를 붓는 모든 작업과정의 축적물, 즉 시간의 흔적이다.

안종연은 바이칼의 깨끗한 빙판을 표현하기 위해 에폭시라는 소재를 선택하였고 스왈로브스키 가루로 반짝임을 더했다. 자연에서 소설로, 소설에서 또다시 화폭으로 옮겨진 바이칼 호수는 지구상에서 가장 넓고 깊은 청량한 호수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한다.

“평생의 모든 삶을 바쳐 소유한 전부를 버리고 나서, 멀고 먼 유랑의 끝에 비로소 얻었다고 믿었던 자유, 아니 믿고 싶었던 그 자유의 중심이 텅 비어 있는 걸 나는 너무도 또렷이 본 것이었다. 그것은 그저 어둡고 차가운, 동시에 깊고 부드러운, 꺼진 자궁 같은, 침묵의 집일 뿐이었다.” 『주름』中

김진영이 좇았던 자유와 유랑은 그 중심이 텅 비어있었다. 결국 그는 허깨비를 쫓아 파멸을 마다 않고 돌아갈 수 없는 먼 길을 선택한 것이다.<빈 중심>은 그 허망한 진실을 철판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지름이 다양한 여러 개의 타원을 격자로 겹쳐서 속이 빈 입체의 타원을 만들었다. 홀연히 지나간 듯 철판에 그 흔적만 남긴 사람의 실루엣은 ‘텅 빈 중심’처럼 그 실체가 없는 허상이다.

“나는 박범신 선생님 소설에서 ‘생성과 소멸’을 읽었습니다. 우리가 매 순간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또한 매 순간 떠나 보내는 것처럼, 힘겨운 순간이 지나가면 즐거운 순간이 오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매 순간 순간이 생성되면서 소멸하고 소멸하면서 생성됩 니다. 한 순간도 같은 적은 없어요. 바로 이 만화경처럼” 『안종연』

안종연은 이 만화경 작품이 ‘시간의 주름’이라는 전시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한다.이 작품은 <새날들의 연작>에서 얻은 이미지들을 다양한 화면으로 변주한 애니메이션을 거울 설치 조명과 함께 연동함으로써, 확장하는 공간 속에서 무한히 증식하는 시간과 공간의 깊이를 들여다보게 한다.

빛의 에젠

회화와 더불어 철재, 목재, 사진, 영상 등으로 매체를 확장하는 안종연의 예술은 조명으로까지 이어진다. 올해는 안종연이 빛 작업을 시작한지 꼭 10년이 된다. 안종연은빛과 함께 유리구슬, 거울 등 통해 전시장 바닥과 벽과 천정에 환상적인 ‘빛 드로잉’을 선사한다. 빛을 이용한 안종연의 공간설치는 우주의 공간속에서 시간성의 원형을 체험하게 하는 방대한 스케일의 시각 서사를 구축한다. 안종연의 시각 서사가 마침내 웅장한 장면과 상황으로 전개되는 곳이 바로 이 빛 공간이다. 

<빛의 에젠>연작은 유리구슬을 통과한 빛들이 펼치는 꿈결같은 세계를 보여준다. 이 빛 공간이 바로 안종연이 추구하는 시간과 공간, 생성과 소멸의 문제가 하나의 화두로 집약하는 장소이다.

“이제 바람이....가는 길을 그리고, 시간이 흐르는 길을 내 몸 안에 지도로 새겨 넣을까 하이.” 『고산자』中

박범신의 소설 『고산자』는 조선시대 가장 정확한 실측 지도로 평가받는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다수의 지도와 전국 지리지를 편찬한 고산자 김정호의 생애를 담은 작품이다. 안종연은 『고산자』를 읽고 나이테가 있는 나무에 작업을 하기로 결정한 뒤, 마음에 꼭 맞는 나무를 찾아 전국 방방 곡곡을 돌아다녔다. 나이테가 있는 나무는 그 자체로 시간의 흔적을 보여줄 뿐 아니라 최초로 나무에 지도를 전각한 김정호의 일생을 담기에 적합했다. 안종연은 1992년 이와 비슷한 나무 작업을 했었는데 고산자를 위해 20여 년 전 만들었던 작품들을 꺼내 보았다. 나무에 드로잉을 할 때는 물감이 아닌 인두를 사용한다. 이는 나무가 품은 긴 시간 속에 형상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하기 위해서이다.

3_畫廊美術祭 Korea Galleries Art Fair

화랑미술제